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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의 부츠는 어디를 걷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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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국제공인 연락처 작성일14-11-22 15:58 조회1,60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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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적한 미술관 입구에서 한 관람객 여자를 보았다. 키가크고 반듯한 인상을 지닌 여자였는데, 목이 무릎까지 올라오는 검은색 롱부츠를 신고 있었다. 전체적으로 평범한 그의 복장이 미술관에 어울린다고 생각한 것은 순전히 그 가죽부츠 때문이다. 발과 다리에 상당한 압박감을 느끼게 하는 롱부츠의 존재감은 신체의 다른 부위를 지우고 부츠만 드러나게 했다. 신발 자체가 독립되어 있는 다리처럼 보여서 그 미술관에 전시된 고대의 유품같았다.

그러나 시각적인 인상과는 달리 이상한 촉각 경험을 하게 됐다. 검은색 롱부츠를 보자마자 내 정강이에 '뜨끔' 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정강이가 아려서 나도 므르게 아주 잠깐 손으로 정강이를 짚어 보았던 듯도하다. 가죽부츠가 건드린 것으 ㄴ군대의 '워커'와 관련된 내 무의식이었다. 겨울에 입대를 한 나는 아직도 이맘때면 신체는 보이지 않고 검은 색 워커만 '저벅저벅' 거리는 소리를 내며 밤샘 행군을 하는 꿈을 꾸곤한다. 그 꿈에서 한 워커의 정강이는 다른 워커에 채인다.

이 사물은 그런 점에서 확실히 '밀리터리룩'에 속한다. 관념 이전에 감각을 발동시키니 말이다. 하지만 이 감각의 발동이 한구구적 특수성에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부츠의 형상에는 보편적 남성 문명사에 깃든 호전성이 투여되어 있다. 인간의 피부를 단단하게 감싸고 있는 다른 짐승의 가죽은 그 목적과는 달리 대체로 시각적으로는 방어적이기보다는 공격적이지 않은가.

호리호리한 여자 신체에 붙은 다리가 들어가 있는 검은 부츠는 그래서 기묘한 '미적흥분'을 동반한다. 이 '흥분'의 핵심은 성적 경계의 위반이고 일탈이다. 여자의 입장에서 이것은 '숙녀'를 벗어나는 가벼운 해방감과 관련되며, 남자의 무의식에서 건드려진 것은 침범당한 남성 영역으로 인한 가벼운 불쾌감과 위협감이다.

어떤 철학자들에 따르면 '아름다움' 이란 정신적 경험이라기보다는 '쾌락'이나 '에로티시즘' 같은 감각적 경험의 일종이라고 한다. 이 경험의 밑바닥에 머리로 이해하기 쉽지 않은 억압적 감각이 존재하기도 하며, 경계를 위반하려는 충동 자체가 에로티시즘과 구분되지 않는 미적 쾌락의 실체라고도 말한다. 이 겨울, 여자들의 검은 부츠는 어디를 걷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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